규격서와 과업내용서에서 리스크 찾기: 계약 전 확인 조항
낙찰 통보를 받고 계약서를 펼쳤는데 처음 보는 조항과 마주친 경험, 입찰을 오래 해온 사람이라면 한번쯤 있을 것이다. 공고문 본체는 읽었다. 규격서도 봤다. 근데 "별첨 3. 특수조건"이라는 파일은 분량이 짧아 보여서 건너뛰었다. 원가를 뒤집는 조항이 바로 거기 숨어 있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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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역 낙찰가 중앙값은 기초금액의 88.4%다. 1억짜리 공고라면 8,840만 원 안팎으로 계약이 체결된다는 얘기다. 이 마진에서 예상 밖의 원가 항목 하나가 끼어들면 수익 전체가 지워진다. 첨부 파일을 끝까지 읽는 건 성실함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원가에 직접 영향을 주는 조항 네 가지, 애매한 표현이 왜 위험한지, 질의로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방법을 순서대로 본다.
원가에 영향을 주는 조항 네 가지
상주 인력
규격서 본문이 아닌 과업내용서 뒷부분에 조용히 끼어 있는 경우가 많다. "현장에 전담 인력 1명을 상주시켜야 한다"는 한 줄. 인원 수, 자격 요건, 상주 시간대까지 명시된 경우도 있다. 이 조항을 놓치면 인건비 전체가 빠진 견적으로 투찰하게 된다. 확인할 항목은 상주 인원 수, 자격 기준(학력, 경력, 자격증), 상주 기간이 사업 전체인지 일부인지, 교대 허용 여부다.
장비 기준
"자가 보유 증빙 필요"라는 조항이 붙는 순간 임차 장비로 이행하는 길이 막힌다. 보유 기준이 입찰 마감일 기준인지 계약 체결일 기준인지도 공고마다 다르다. 임차와 자가 보유는 원가 구조 자체가 달라서, 이 조항 하나가 수익성 계산을 처음부터 다시 돌린다.
하자보수
"사업 완료 후 2년간 하자보수 책임을 진다"는 문장은 짧지만 무겁다. 하자보수 범위가 "시공 하자"에만 국한되는지, "운영 중 발생하는 결함"까지 포함하는지에 따라 보험 가입 여부와 보증금 비율이 달라진다. 범위가 넓을수록 현금 유동성에 직접 물린다.
지체상금
준공이 하루 늦어질 때마다 계약금액의 일정 비율이 깎인다. 지체상금률과 계산 단위(일별인지 주별인지)는 공고마다 다르다. 발주기관 귀책으로 일정이 밀린 경우에도 책임이 어디까지 귀속되는지, 특수조건서에 별도 조항이 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여기서 흐릿하면 나중에 분쟁이 된다.
애매한 표현이 위험한 이유
"필요 시 추가 인력을 투입한다", "발주기관의 요청이 있을 경우 협조한다". 범위가 없는 표현이다. 계약 이행 중 발주기관이 이 조항을 근거로 추가 업무를 요구해도 수급인은 법적 저항 근거가 없다.
이런 표현을 발견하면 두 가지를 해야 한다. 질의응답 기간 내에 업무 범위와 횟수를 명확히 해달라는 공식 질의를 올린다. 나라장터 질의응답에 올라온 발주기관 답변은 계약의 일부가 된다. 전화나 이메일로 들은 구두 확인은 효력이 없다. 그리고 질의에도 범위가 확정되지 않는다면 그 불확실성을 원가에 반영한다. 리스크를 알고 낮은 가격으로 투찰하는 건 낙찰 후 손실을 확정하는 것과 같다.
발주기관 질의로 확정하는 요령
막연한 질의는 막연한 답변을 부른다. "상주 인력의 교대 근무가 허용되는지"처럼 예/아니오로 답할 수 있게 물어야 명확한 답변을 받을 수 있다. 정정공고가 나오면 추가 질의가 가능한 경우도 있으니, 공고 수정 모니터링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발주기관이 "계약서를 확인하라"는 식으로 회피성 답변을 내놓기도 한다. 이때는 그 질의와 답변을 캡처해 둔다. 공식 채널에 기록이 남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분쟁 시 협상 레버리지가 생긴다.
확인 순서 요약
- 첨부 파일 목록을 전부 내려받는다. 파일 이름만 보고 건너뛰지 않는다.
- 상주 인력, 장비 기준, 하자보수, 지체상금을 키워드로 검색한다.
- 애매한 표현에 표시를 하고 범위 확정 질의 목록을 만든다.
- 질의응답 기간 내에 공식 질의를 올린다. 구두 확인은 효력이 없다.
- 질의 답변을 원가에 반영한 뒤 투찰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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