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싸게 써도 떨어진다: 저가 투찰이 걸러지는 구조

낙찰이 안 된 업체 중에 가격이 너무 낮아서 탈락한 곳이 있다. 최저가가 무조건 유리하다는 생각, 절반만 맞다. 수주나비 DB 경쟁입찰 개찰 결과 247,953건을 보면 기초금액 대비 낙찰률 하위 10%가 87.39%다. 이 선 아래로 써낸 업체들은 심사 단계에서 걸러졌다는 뜻이다. 입찰 시장에는 눈에 안 보이는 바닥이 있고, 그 아래를 써내면 경쟁에서 이기는 게 아니라 탈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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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가 만든 바닥, 하한율과 저가심사

공공조달에서 가격 경쟁은 "얼마나 낮게"가 아니라 "어느 범위 안에서 낮게"다. 일정 규모 이상 공사나 용역은 예정가격의 일정 비율 미만으로 써내면 저가심사 대상이 된다. "이 가격으로 정말 계약 이행이 가능한가"를 따지는 절차다. 이 기준선을 하한율이라고 부른다. 공종과 발주 방식에 따라 달라지고, 세부 수치는 공고마다 다르다. 해당 공고의 심사기준과 관련 법령을 직접 확인해야 한다.

규모가 작아 저가심사 대상이 아닌 물품이나 용역 소액 입찰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적격심사 방식에서는 가격 점수 배점이 따로 있고, 최고점을 받는 구간이 정해져 있다. 그 구간을 크게 밑돌면 가격 점수 자체가 깎인다. 최저가가 곧 최고 점수인 구조가 아니다.

실측 데이터가 말하는 실질 바닥

낙찰률 중앙값은 90.08%다. 상위 10%는 93.06%, 하위 10%는 87.39%다. 낙찰된 공고 열 개 중 하나가 87% 근방에서 결정됐다는 뜻이고, 나머지 아홉은 그보다 위에 있다. 이 데이터에서 87% 아래로 써내고 통과한 사례는 보이지 않는다.

업종별로 보면 공사는 중앙값 90.3%에 경쟁자 중앙값 68곳(128,830건), 용역은 88.4%에 5곳(99,614건), 물품은 90.3%에 3곳(74,593건)이다. 용역 낙찰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건 경쟁 업체 수가 훨씬 적기 때문이다. 경쟁이 느슨한 용역에서도 중앙값이 88%대라면, 80%대 초반을 써내는 건 심사 탈락과 이행 적자 중 하나를 고르는 일이다.

저가 투찰이 남기는 청구서

심사를 통과해도 문제는 끝나지 않는다. 수행 적자가 먼저 온다. 실제 원가보다 낮은 금액에 낙찰되면 이행 과정에서 손실이 쌓인다. 공사는 설계변경 없이 추가 정산이 어렵고, 용역은 인건비가 고정비라 단가를 낮추면 결국 사람을 줄이게 된다. 품질이 떨어지면 검수에서 막힌다.

평판도 걸려 있다. 나라장터 발주처는 업체별 이행 실적을 관리한다. 계약 불이행, 하자, 지연은 다음 입찰에서 감점이나 참가 제한으로 돌아온다. 한 건을 싸게 따내려다 이후 수십 건에 영향이 생긴다.

기회비용은 조용히 쌓인다. 저가 낙찰 공사에 인력이 묶이면, 마진이 나오는 다른 공고에 들어갈 여력이 없다. 수익성 없는 건 하나가 팀 전체 역량을 잠식한다.

현장에서 쓰는 판단 순서

"내가 얼마에 할 수 있나"에서 시작하면 저가 덫에 빠지기 쉽다. "이 공고는 보통 얼마에 낙찰되나"를 먼저 보고, 그 범위 안에서 내 원가 구조가 맞는지 따지는 게 현실적인 순서다.

공고가 들어오면 이렇게 움직인다. 공고문에서 저가심사 적용 여부와 하한율 기준을 먼저 읽는다. 그다음 동일 발주처, 동일 공종의 최근 개찰 결과를 뽑아 낙찰률 분포를 확인한다. 내가 들어갈 수 있는 구간을 정하고, 그 구간에서 원가를 맞출 수 없으면 그 공고는 넘기는 게 낫다. 어떤 공고에 참여할지 고르는 판단이 참여 자체보다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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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읽기

낙찰률 분석은 수주나비 DB 경쟁입찰 개찰 결과 247,953건(2026-08-16 기준)에서 산출했으며, 하한율 등 세부 심사 기준은 공고별로 다르므로 해당 공고와 관련 법령을 직접 확인해야 한다.